왜 지수는 불기둥인데 내 계좌만 파랄까
화면 가득 빨간 불기둥, 헤드라인엔 '사상 최고치'. 그런데 막상 내 계좌를 열어보면 온통 파란불이다. 2026년 5월 29일의 코스피는 정확히 그런 하루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0.86포인트, 3.55% 오른 8476.15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다. 숫자만 보면 더없이 화려한 장이었다.
그러나 지수와 체감은 정반대였다. 이번 주 코스피 상장사 922개 종목 가운데 무려 820개(88.9%)가 하락했고, 오른 종목은 92개(10.0%)에 불과했다. 보합은 5개. 열 종목 중 아홉 종목꼴로 떨어진 셈이다.
사상 최고치
(820 / 922개)
(92개)
상승의 온기는 사실상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됐다. 이번 주 삼성전자는 8.4%, SK하이닉스는 20.2% 뛰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1853조 원, 1662조 원으로 불었고, 합치면 코스피 전체의 50.7%를 차지하게 됐다. 사실상 두 종목이 지수를 통째로 떠받친 구조다.
그 외 주간 상승률 상위 종목도 같은 반도체·부품 라인에 몰려 있었다.
- LG이노텍 · 주간 +68.7%
- 삼성전기 우선주 · 주간 +68.5%
- 삼성전기 · 주간 +58.7%
반면 그 밖의 수많은 종목은 지수가 오르는 와중에도 오히려 주가가 내렸다. '지수 상승'과 '내 종목 상승'이 완전히 따로 노는 장세다.
시장의 진짜 체력은 ADR(등락비율)에서 드러난다. 일정 기간 오른 종목 수를 내린 종목 수로 나눈 지표인데, 이날 ADR은 52.05%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충격이 시장을 덮쳤던 2020년 3월(40.2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통 ADR이 이렇게 낮으면 '과매도' 신호로 읽는다. 하지만 지금 국면은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전체가 공포에 짓눌린 게 아니라, 돈이 소수의 주도주로만 빨려 들어가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런 그림이다.
- 지수는 신고가인데 대부분 종목은 소외되는 극단적 양극화
- 유동성이 반도체 대형주 두세 개로만 집중
- 실적·성장 서사가 확실한 곳에만 돈이 몰리는 선별적 투자의 심화
- 그 결과 ADR은 과매도 구간이지만, 실제 시장은 '쏠림'에 가까운 상태
'코스피 사상 최고치'라는 헤드라인은 분명 사실이다. 다만 그 한 줄 뒤에는 열에 아홉이 소외된 시장이 숨어 있다. 지수의 기쁨과 개인 계좌의 박탈감이 이렇게까지 벌어지는 장은 흔치 않다.
이런 국면에서 기억해 둘 만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수 = 내 수익률이 아니라는 사실, 다른 하나는 쏠림이 강할수록 방향이 바뀔 때의 변동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이다. 주도주의 서사가 흔들리는 순간, 지수와 체감의 간극은 반대 방향으로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다.
※ 본 글은 한국거래소·공개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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