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왜 배가 아플까
비교하는 마음에 대하여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누가 처음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이 말은 수백 년을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뜻이다. 나도 그렇고,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사촌이 땅을 샀다고 해서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도 아니고, 내 삶이 나빠진 것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나는 어제와 똑같다. 그런데 왜 배가 아플까. 나는 이 질문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로 산다
내 생각은 이렇다. 인간은 자기 삶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늘 남과 비교해서 평가한다. 내가 지금 얼마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옆 사람보다 많으냐 적으냐가 행복과 불행을 가른다.
실제로 심리학에는 이걸 설명하는 이론이 있다. 사회적 비교 이론이라고 한다.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절대적인 잣대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 사람과 견주어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교에서 내가 뒤처진다고 느낄 때 생기는 감정을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부른다. 내가 실제로 무언가를 빼앗긴 게 아닌데도,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천 원을 가진 사람은 만 원을 가진 사람이 부럽고, 3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40평에 사는 사람이 부럽다. 문제는 이 비교에 끝이 없다는 데 있다. 만 원을 가지면 십만 원 가진 사람이 보이고, 40평에 살면 50평이 보인다. 채워도 채워도 늘 누군가는 나보다 위에 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예전엔 사촌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비교 대상이다
옛날에는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비교 대상이 사촌, 이웃, 동창 정도였으니까. 내 눈에 보이는 사람이 몇 명 안 됐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열면 전 세계 사람들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본다.
누군가의 해외여행, 누군가의 새 차, 누군가의 수익 인증.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는 잘나가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문제는 그게 그 사람들의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사람들은 가장 좋은 순간만 골라서 올린다. 우리는 남의 highlight를 보면서 내 일상과 비교한다. 애초에 공정한 비교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시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역사상 가장 가혹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팠던 조상들은, 적어도 사촌 한 명만 견디면 됐다. 우리는 매일 수백 명의 사촌을 손바닥 위에서 마주한다.
우리는 남의 가장 좋은 순간을, 내 가장 평범한 일상과 비교한다. 그건 처음부터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비교는 본능이다, 그래서 없앨 수는 없다
그럼 비교하는 마음을 없애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비교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무리를 지어 살기 시작한 이래로, 내 위치를 아는 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무리에서 내가 어디쯤 있는지 모르면 위험했다. 그러니 남과 비교하는 능력은 수만 년에 걸쳐 우리 뇌에 새겨진 것이다.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은, "배고프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의지로 이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걸 인정하는 게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비교하는 내가 못난 게 아니다. 사촌이 땅을 샀을 때 배가 아픈 건 내 인격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이라서다. 이걸 받아들이면 적어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를 자책하는 일은 줄어든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비교를 없앨 수 없다면, 비교의 방향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두 가지를 마음에 두려고 한다.
첫째, 비교 대상을 남이 아니라 과거의 나로 바꾸는 것이다. 옆 사람과 비교하면 끝이 없지만, 1년 전의 나와 비교하면 다르다.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그건 분명한 성취다.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내 속도를 보는 것.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지만, 적어도 방향은 이쪽이 맞다고 본다.
둘째, 비교가 부러움에서 멈추지 않고 배움으로 넘어가게 하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샀을 때 배만 아파하고 끝나면 나에게 남는 게 없다. 그런데 "어떻게 샀을까, 나도 배울 게 있을까"로 생각을 돌리면, 그 부러움이 동력이 된다. 같은 감정인데 쓰기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나도 이걸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여전히 남이 잘되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다만 그 불편함이 찾아왔을 때, "아, 또 그 본능이구나" 하고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게는 됐다. 그 작은 거리가, 비교에 잡아먹히지 않고 비교를 도구로 쓰는 시작이라고 믿는다.
비교하는 마음은 없앨 수 없다. 다만 방향은 바꿀 수 있다.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고, 부러움을 배움으로 돌리는 것.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아픔을 어디에 쓸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남과 비교하다 마음이 힘들었던 순간, 혹은 그 비교를 동력으로 바꿔본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우리 모두 같은 본능을 안고 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