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노트

알면서도, 왜 못 끊을까

steelife 2026. 5. 23. 13:03
알면서도 왜 못 끊을까 — 빚투와 영끌, 우리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
생각노트 · 투자 심리

알면서도, 왜 못 끊을까

빚투와 영끌, 우리 머릿속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2026년 5월 · 생각노트

빚내서 투자하면 위험하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뉴스도 매일 경고하고, 주변에서 망한 사람 얘기도 한 번쯤은 들어봤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빚을 낸다. 그것도 점점 더 많이. 올해 빚투 규모가 4년 만에 두 배가 됐다고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위험한 걸 다 아는데 왜 끊지 못할까. 나는 이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머릿속 구조의 문제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어떻게 같은 함정에 빠지는지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싶어서다.

"나만 빼고 다 버는 것 같다"

최근에 본 기사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30대 직장인이 코스피가 8000을 찍던 날, "더 늦기 전에 들어가야겠다"며 모은 돈에 빚까지 더해 주식을 샀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만에 강제 청산을 당했다.

이 사람을 비웃을 수 있을까. 나는 못 하겠다. 왜냐하면 저 "더 늦기 전에"라는 말, 저 조급함을 나도 알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다들 돈 벌었다는 얘기가 들리고, 단톡방에 수익 인증이 올라오고, 지수는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나만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된 것 같은 그 기분.

심리학에서는 이걸 포모(FOMO)라고 부른다. 나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거창한 용어를 붙였지만 사실 별거 아니다. 그냥 옆 사람이 버는 게 배 아프고, 나만 뒤처질까 무서운 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문제는 이 감정이 지갑을 열게 만든다는 데 있다.

한 번 물리면 빠져나오기 더 어렵다

더 무서운 건 그다음이다. FOMO에 휩쓸려 들어갔다가 물렸다고 치자. 상식적으로는 손해를 인정하고 빠져나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은 돈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의 고통을 훨씬 크게 느낀다. 그래서 손실을 확정 짓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지금 팔면 진짜 손해가 확정되잖아. 조금만 더 기다리면 본전은 올 거야." 이런 생각으로 버틴다. 더 나아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사서 평단가를 낮추자"며 빚을 더 내기도 한다.

이게 손실회피라는 심리다. 손해를 피하려는 본능이 오히려 더 큰 손해로 끌고 가는 역설. 빚투가 무서운 진짜 이유가 여기 있다. 빚은 시간이 갈수록 이자가 붙고, 강제 청산이라는 마감 시한이 있다. 버티고 싶어도 버틸 수가 없다. 시장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버는 기쁨은 작고, 잃는 고통은 크다. 그래서 우리는 손해를 인정하는 대신, 더 큰 도박을 건다.

뇌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일단 어떤 종목을 사고 나면, 그때부터 우리 뇌는 그 결정이 옳았다는 증거만 찾기 시작한다. 오를 거라는 뉴스는 크게 보이고, 위험하다는 경고는 "저건 비관론자들 얘기지" 하며 흘려버린다. 이걸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한 연구에서는 이 확증편향이 투자 손실의 40%를 설명한다고 했다. 절반 가까이가 시장 탓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본 내 탓이라는 거다. 뼈아픈 얘기지만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처음에 운 좋게 한 번 벌면 더 위험해진다. "어, 나 재능 있나?" 싶은 거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자신감으로 둔갑하면 베팅 규모가 커진다. 그 유명한 물리학자 뉴턴도 이 함정에 빠져 큰돈을 날렸다. 천재도 못 피한 걸 우리가 의지로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

그래서, 어떻게 끊을까

여기까지 읽으면 좀 우울할 수 있다. FOMO도 본능, 손실회피도 본능, 확증편향도 본능이라면, 우리는 그냥 당할 수밖에 없는 걸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본능을 이기는 방법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다. 머리로 참는 게 아니라, 애초에 못 하게 만드는 거다.

가장 확실한 건 빚을 낼 수 있는 통로 자체를 막아두는 거다. 신용·미수 거래를 아예 안 쓰도록 계좌 설정을 바꾸거나, 투자에 쓸 돈과 생활비 계좌를 완전히 분리하는 식이다. 마음먹기로 참는 건 시장이 출렁이는 순간 무너진다. 하지만 구조로 막아두면 충동이 와도 실행이 안 된다.

그리고 이 한 가지만 기억해도 좋겠다. 빌리지 않은 돈은 떨어져도 버틸 수 있다. 시장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빚이 없으면 그 출렁임을 견뎌낼 시간이 내 편이 된다. 반대로 빚을 지면 시간이 적이 된다. 결국 투자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버틴 사람이다. 그리고 버티려면, 빚이 없어야 한다.

나도 안다. 이런 글 하나로 사람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다음 상승장이 오면 또 똑같은 조급함이 찾아올 거다. 그래도 그 순간에, 오늘 읽은 이 이야기가 0.5초만이라도 머뭇거리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0.5초가 누군가의 강제 청산을 막을 수도 있으니까.

결국 빚투를 끊는 건 의지가 아니라 구조다.

참으려 하지 말고, 못 하게 만들어두자. 그리고 빌리지 않은 돈으로, 무너지지 않게 천천히 가자. 오래 살아남는 쪽이 결국 이긴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상승장에서 조급해졌던 순간, 혹은 그 조급함을 이겨낸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우리 모두 같은 함정 앞에 서 있으니까요.

이 글은 투자 심리에 관한 개인적 생각을 담은 칼럼이며, 특정 투자 방식을 권유하거나 만류하는 자문이 아닙니다. 행동경제학 개념(FOMO·손실회피·확증편향)과 공개 보도를 참고했습니다. 모든 투자 결정과 결과는 본인의 책임입니다. 빚투·과도한 레버리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서민금융진흥원(서민금융콜센터 1397) 등 공적 상담 창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매일일보·시사저널·파이낸셜뉴스 보도 및 행동경제학 일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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